더도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웃고 사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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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1-29 15:33 조회5,36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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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
-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을 세 들어 살고도, 한 달 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 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부모에게 있어 영원한 빚쟁이일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의 자식들. 그럼에도 늘 잊고 산다. 그러나 우리네 부모님들은 단 한 번의 채근도, 아니 단 한 번의 서운함도 내비치지 않으신다.
오히려 자식들의 고단한 삶이 혹여, 당신들 때문이 아닐까 노심초사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그렇기에 자식은 빚쟁이라는 이 시 한편에도 순간, 자식의 애달픔이 미리 일렁거려 기어이 눈물 바람을 하시는 우리네 부모님.
8일 오전. 제50회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김포시 노인복지회관 4층 어울마당에선 어르신들의 한바탕 축제가 펼쳐졌다. 이름 하여, ‘효 문화 축제’. 축제에 앞서 시인 신천희의 ‘외상값’이라는 시가 낭송되자 어울마당을 꽉 채운 어르신들의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힌다. 그것이 부모 마음이거늘. 그럼에도 우리 자식들은 부모 마음을 미처 다 헤아리기엔 언제나 부족하다. 그것이 또 자식이거늘.
1년 365일 중 단 하루. 바로 어버이날이다.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다. 이른 아침. 떨리는 손끝으로 달아 드린 불효자식의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 하늘보다 높고 바다 보다 깊다는 어버이 은혜를 그 무엇으로도 보답해 드릴 수 없는 우리네 자식들. 그나마 어버이날 아침, 부모님 야윈 가슴팍에 달아 드리는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에 다시금 뼈저린 불효를 되새김질한다.
그러나 우리네 부모님들은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로도 그리 흡족하신가 보다. 어울마당을 꽉 채운 어르신들의 얼굴 마다엔 그 가슴 뿌듯함이 역력하다. 아들이 달아 주고, 며느리가 달아 주고, 딸이 달아 주고. 침이 마르는 자식 자랑에 오늘 하루만큼은 골 깊은 주름도, 뼈 속 깊은 시름도 환한 웃음 속에 묻혀 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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